우리가 흔히 신경안정제라고 부르는 약은 '항불안제'이며 Benzodiazepine계열에 속하는 약물입니다. 우리 몸의 중추신경계(뇌)에 작용하는 약물로 약품 분류 상 향정신의약품에 속합니다. 마약류로 분류가 되는 향정신의약품을 복용한다는 것이 심적인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약을 계속 먹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까요?
내성과 의존의 문제
신경안정제는 의학적으로 두 가지 목적으로 복용합니다. 첫째 불안의 감소, 둘째 불면증의 개선입니다. 신경안정제는 종류가 다양한데 이 두 가지 효과를 모두 가지는 경우가 있고, 불면증만을 위한 약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대표적인 약이 Z-drug라 불리는 졸피뎀(Zolpidem)입니다. 신경안정제 내성은 불면증 개선 효과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면증을 목적으로 약을 먹다가 점차 효과가 떨어지면서 약의 개수나 용량이 늘어나는 것이지요. 즉, 수면을 목적으로 신경안정제를 먹는 경우 복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면 효과와 달리 불안을 감소시키는 효과는 내성이 잘 생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면 효과는 내성이 생기고, 불안 효과는 내성이 잘 생기지 않지만 의존은 양쪽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의존'은 '사용장애', '중독'과는 다른 용어 입니다. 흔히 얘기하는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은 물질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물질이 없으면 심한 금단 증상을 경험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는 단순히 심리적인 측면을 넘어서 신체적인 중독이 발생한 경우입니다. 신경안정제를 단순히 기분이 조금 나아지려고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우에는 중독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의사와 진료를 통해 적절히 처방받는 사람들의 경우 중독까지 이르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신체적 의존이 아닌 심리적 의존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처방전 대로 복용을 하고 있는데, 심리적 의존이 생긴 것 같다. 어떤 문제가 생기는 걸까?
불안증, 불면증을 개선하기 위해 신경안정제를 장기간 복용하다보니 심리적인 의존이 생긴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약을 복용하지 않고 다른 방법들(안정화 요법, 수면 환경 개선 등)을 써서 증상을 조절 할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것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복용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어떻게 해야 할 까요? 뭔가 무서우니 약을 끊어야 할까요? 이때는 장기 복용에 대한 장단점을 따져 보는 것이 좋습니다.
신경안정제 장기 복용에 대한 몇 가지 주의 사항이 있습니다. 첫째 졸음으로 인한 교통사고, 낙상, 골절 가능성입니다. 둘째 인지기능의 장애입니다. 특히 치매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일단 신경안정제 복용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치매의 원인이 되는 병(알츠하미어 병, 파킨슨 병 등)이 유발된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신경안정제의 기전으로 인해 기억, 실행 기능 등의 장애가 발생한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약을 끊으면 다시 회복이 되지만 비가역적으로 손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셋째 호흡기 증상의 악화입니다. 신경안정제는 그 기전 상으로 호흡근의 기능을 저하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수면 무호흡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같은 만성 호흡기 질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가 있으나 그렇지 않다는 보고도 있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결론: 증상 조절을 위해 신경안정제를 의사의 처방에 따라 장기간 복용하는 것은 비교적 안전한 편이지만 고령의 경우 위의 부작용들을 주의하여 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문헌: Ung Gu Kang, MD, PhD et al. Benzodiazepines: Pharmacology Up-to-Date and Practical Issues, J Korean Neuropsychiatry Assoc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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