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로 정신건강 관리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보통 '신경안정제'라고 부르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약이 무엇인지, 부작용은 어떤지 등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Q. 신경안정제는 어떤 약인가요?
단어 그대로 신경안정제는 우리 머릿속의 신경을 안정화시켜주는 약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신경안정제는 다른 말로 항불안제라고 불립니다. 항불안제는 대개 벤조다이아제핀(Benzodiazepines)계열의 약입니다. 우리의 뇌는 수많은 신경의 연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신경들의 연결은 신경세포라 불리는 세포들의 모임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신경세포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여 효과를 나타냅니다. 항불안제(=신경안정제)가 머리속 신경세포에 작용하게 되면, 흥분해있던 신경세포들이 가라앉게 됩니다. 마치 활활 타오르는 장작에 물을 끼얹는 효과를 가지게 됩니다.
Q. 신경안정제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신경안정제는 주로 벤조다이아제핀(Benzodiazepines)계열의 약입니다. 벤조다이아제핀계열의 약에는 작용시간, 몸에서 빠져나가는 시간 등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약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성분에 따라 다이아제팜(Diazepam), 클로나제팜(Clonazepam), 로라제팜(Lorazepam), 알프라졸람(Alprazolam), 에티졸람(Etizolam), 트리아졸람(Triazolam) 등이 있습니다.
이 약들의 주된 차이는 반감기(약의 용량이 1/2로 줄어드는 시간)인데, 대략적으로 다이아제팜은 48시간 이상, 클로나제팜은 30시간 이상, 로라제팜과 알프라졸람은 12시간 이상, 에티졸람과 트리아졸람은 3~4시간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즉, 반감기가 길수록 우리 몸에 있는 시간이 많을 것이고, 짧을수록 몸에서 빠져나가는 시간이 빠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병원에 많이 처방 받은 약의 이름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제약회사마다 이름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표적인 약들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다이아제팜(Diazepam): OO디아제팜정
- 클로나제팜(Clozazepam): 리보트릴정
- 로라제팜(Lorazepam): 스리반정, 로라반정, 아티반정
- 알프라졸람(Alprazolam): OO알프라졸람정, 알프람정, 자낙스정, 자나팜정
- 에티졸람(Etizolam): 데파스정
- 트리아졸람(Triazolam): 할시온정, 졸민정
Q. 신경안정제는 언제 쓰나요?
여러 상황에서 쓰일 수 있지만, 정신의학적으로는 심한 불안감을 느낄 때, 불면증이 있을 때 주로 사용하게 됩니다. 일상 생활을 하다 보면 많은 환경적 스트레스에 둘러싸이게 됩니다. 적절한 긴장감은 삶의 활력을 주기도 하지만, 스트레스가 지나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면 심한 불안감을 느끼거나 생각이 많아지면서 잠을 자기가 어려워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불안감이 원래의 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심하기도 하죠. 이런저런 걱정이 많이 들고, 심한 불안감으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 이러한 불안감으로 잠이 제대로 오지 않는 상황, 혹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초조함을 느끼게 되고 심한 경우 자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상황에서 신경안정제를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대체로 정신의학적 진단과 상관 없이 심한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 불면이 심한 경우에 복용하게 됩니다.
Q. 신경안정제를 사용하면 어떤 점이 좋은가요?
심한 불안감, 불면으로 인해 일상 생활이 어려운 분들에게 일시적인 증상 완화를 도와줍니다. 약 복용 후 심한 불안감, 불면증이 좋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일시적인 증상 완화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맹장염에 걸리게 되었을 때 맹장을 잘라내는 수술을 하게 되면 소위 완치 상태에 도달하고, 다시 맹장염에 걸릴 확률은 거의 없게 됩니다. 이와 달리 신경안정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불안증, 불면증이 완치되는 것은 아니며, 증상이 심할 때 이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Q. 부작용이 있나요?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나요?
앞서 활활 타오르는 장작에 물을 끼얹는 효과를 가진 약이라고 예시를 든 것처럼,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면 우리 머릿속의 신경세포들이 확 가라앉는 효과를 가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약 복용 후 졸립고, 멍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용량이 지나치게 높으면 약간 술에 취한 느낌이 들거나 과도하게 잠을 잘 수도 있고, 일어나도 잠에서 깨지 않은 것 같은 멍한 느낌,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어 과량 복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간혹 우리가 술에 많이 취해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신경안정제를 고용량으로 복용 후 잠깐 기억을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술과 비슷한 느낌의 약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특히 앞서 설명드린 약제 중 반감기가 긴 약들을 오랜 기간 복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약이 몸에 축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몸에서 빠져나가는 시간보다 약을 먹는 시간이 짧다 보면 몸에 계속 약이 축적되어 예전보다 멍해지는 느낌이 지속될 수 있고, 특히 나이가 많은 분들은 치매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신경안정제(항불안제)는 잘 사용하면 아주 좋은 약이지만, 과량 사용하거나 오랜 기간 사용하면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약이니 반드시 주치의와 약의 용량과 사용기간을 상의하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신경안정제에 의존성(흔히 중독이라 부르는)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에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Kaplan and Sadock Synopsis of Psychiatry 11th edition, Soyaka M. Treatment of benzodiazepine dependence. N Engl J Med. 2017 March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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