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치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기억력 저하"입니다. 하지만 모든 치매가 기억력 저하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여러 치매의 종류 중 성격 변화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두측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치매는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가?
기억력이 떨어졌을 때도 치매, 성격이 변해도 치매, 이렇게 다양한 상황에서 치매라는 단어가 마치 다른 의미인 것처럼 쓰이다보니 치매가 정확히 무엇인지 헷갈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치매(Dementia)는 어떤 하나의 증상을 가진 병명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기능이라 불리는 우리 뇌의 기능이 일정 수준 이하로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증후군을 말합니다. "당신은 치매입니다"라고 진단을 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예전보다 인지기능이 감소하여 분명하게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두번째, 정밀한 신경심리검사에서 인지기능의 저하가 확인될 것.
그렇다면, 전두측두엽 치매와 관련이 있는 성격 변화는 무엇이 있을까?
치매는 대개 그 원인과 관계 없이 병이 진행되면서 고집이 세지고, 의심을 많이 하며, 감정 기복이 커지거나 반대로 감정표현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할 전두측두엽 치매의 경우에는 다른 종류의 치매와 달리 초기부터 성격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성격 변화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충동적으로 변하여 별 것 아닌 상황에서 화를 내거나 갑자기 술, 게임, 도박, 종교와 같은 것에 열중합니다. 2. 때로는 무언가를 툭툭 치는 것과 같이 아무 의미 없는 반복적인 행동을 보입니다. 3. 자꾸 물건을 입으로 가져가려 하고, 갑자기 식습관이 변합니다(예로, "이제 채식을 하겠다", "초콜릿을 많이 먹는다" ). 4. 대화를 하다보면 예전과 다르게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나 감정에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착하고 배려심 있던 사람이 갑자기 이기적으로 변하거나 감정이 매마른 것과 같이 차갑게 느껴집니다. 5. 사회적인 시선, 규율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 다른 사람들과 마찰이 잦아지며, 심하면 경찰에 신고되기도 합니다. 6. 주변 사람들이 변했다는 이야기에 그 자신은 인정하려 하지 않고, 신경도 잘 쓰지 않습니다. |
위와 같은 성격변화가 나타나는 시기는 다양하지만 평균으로 보았을 때는 약 50세입니다. 많이 알려진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 대체로 70대 이상에서 많이 생기는 반면, 성격 변화가 특징인 전두측두엽 치매는 중년의 나이에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성격변화는 왜 생기는 것일까?
우리의 대뇌는 여러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위와 같은 성격 변화와 관련이 깊은 곳은 전두엽이라 불리는 대뇌의 앞쪽 부분입니다. 전두엽은 우리가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 충동을 조절하는 것, 여러 가지 생각을 종합하는 것과 같은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동물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바로 전두엽 때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전두측두엽 치매는 전두엽과 측두엽 일부분의 신경세포가 모종의 이유로 점차 퇴화하고,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리면서 성격, 행동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퇴화의 원인이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유전적인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따라서 가족 중에 전두측두엽 치매가 있는 경우에는 유전자 상담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가족 중 한 명이 갑자기 성격변화가 생겼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설명한 증상이 모두 전두측두엽 치매로 인한 증상은 아닙니다. 성격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질환으로 뇌염, 뇌종양, 뇌졸중, 우울증/양극성 장애와 같은 기분장애, 조현병과 같은 정신병적 장애, 약물/물질 유발 등 다양한 것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치매를 진단하기에 앞서 병의원에 방문하여 혈액검사, MRI와 같은 영상검사, 뇌척수액 검사 등을 받고, 정밀한 진찰을 통해 다른 원인을 확인해보아야 합니다. 만약 다른 이상이 없고, 치매 진단을 위한 정밀한 신경심리검사에서 전두측두엽 치매를 진단받았다면 다양한 종류의 약물 치료 및 필요한 사회적 서비스 이용에 대해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성격 변화를 특징으로 하는 전두측두엽 치매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단순히 기억력 저하만이 치매의 증상이 아닌 위와 같은 성격의 변화 역시 치매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다는 것이 이번 글의 핵심입니다. 많은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문헌
노인정신의학, 제2판, 대한노인정신의학회 편
Case studies in Dementia: Common and Uncommon Presentations, Volume 2, Pedro Rosa-Neto, Serge Gauth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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